3년간 칼럼을 쓰며 70여 개의 스케치와 공간에 대한 기록을 남겼습니다. 이곳에 하나씩 차분히 공유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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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현대사의 80년대는 민주화 운동의 숨 가쁜 장면과 동일하다. 김근태(1947-2011) 선생 역시 투옥과 고문으로 혹독한 80년대를 보낸 민주화 운동의 산증인이다. 민주투사보다는 어려운 이웃과 함께 한 휴머니스트 김근태, 도봉산을 오르는 길목에 그를 기념하는 도서관이 있다.

도서관의 외관은 수직과 수평이 강조된 단순한 형태이다. 도봉산과 수락산의 풍경까지 끌어안고 있으니 선생의 올곧은 생애가 그대로 투영되는듯하다.
강인한 외관에 비해 건물의 내부는 햇살 가득한 사뭇 다른 풍경이다. 황규선 건축가의 작품이다. 건물 한가운데 중정을 중심으로 걷다 보면 민주를 갈망했던 한 사람의 생애를 따라가고 있다. 전시, 공연 등을 위한 '공간 마루', 창작활동을 지원하는 '상상 곳', 민주주의와 인권 관련 전시를 위한 '기억 곳', 열람실의 '생각 곳' 등 여느 도서관과는 다른 공간들이 방문객을 안내한다.
김근태 기념 도서관은 도서관 본연의 기능과 함께 민주화 운동을 했던 분들의 기록들을 구술, 채집하고 보관하는 기능뿐 아니라 작가들의 작품도 전시되고 있다. 아카이브(Archives)와 뮤지엄(Museum)이 함께하는 라키비움(Larciveum) 형태의 문화시설이다.

도서관 내부가 다양한 공간으로 채워져 있다고 느끼는 건 햇살 가득한 중정과 책이 전시된 계단 덕분이다. 오픈된 계단의 벽면을 채우고 있는 책들 옆으로 한단 한단 오르면 가까운 곳에 새로운 공간들이 있다. 시를 모아둔 새 항아리나 선생의 책 한 구절을 필사하는 책상까지, 여느 도서관과는 다른 모습으로 방문객을 감싸고 있다.

도서관은 그렇게 열린 구조로 되어있어 얼마든지 편하게 들어와 쉬고 읽고 이야기 나눌 수 있는 공간이다. 시민 누구나 도서관을 찾아오면 도서, 기록, 전시, 공연, 체험 등을 통해 선생의 다양한 이야기를 만날 수 있는 곳이다.
김근태 기념 도서관
2024/10/12
민주주의를 기록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