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만은 건축주

제주를 닮은 제주도립 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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댄비건축학교
바다위 떠있는 미술관 JMOA(Jeju Museum Of Art)
제주를 찾는 사람들의 여행은 기존의 유명 관광지나 오감을 만족시켜주는 새로 생긴 여행지를 둘러보는 것만으로도 머무르는 기간에 상관없이 짧게 느껴질 것이다. 그 짧은 기간에 '국립'이나 '도립'이 주는 다소 경직된 이름의 미술관을 방문한다? 선뜻 길을 재촉하기 쉽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출장 중에 겨우 남은 시간에 이곳 도립미술관을 찾은 이유가 내게는 있었다. 미술품보다 먼저 보이는 것, 바로 제주도를 보기 위해서다. 제주도립미술관은 부지 3만 8천 m 2(축구장 5-6개 정도)에 지하 2층, 지상 2층 7,087 m2(30평 아파트 60여 채 정도) 규모로 2009년 준공되었다. 간삼종합건축사사무소의 작품이다.
한라산의 중턱쯤에 자리한 미술관의 입구에 서면 야트막한 오르막길 위로 멀찍이 건물이 보인다. 여기서부터 제주의 여행이 시작된다. 제주 오름을 천천히 걷듯 건물로 걸어가는 길은 '제주의 들판' 그 자체다. 곧 만나게 될 미술관이 어떤 곳에 놓여 있을지 상상하기 힘들다.
눈앞에 나타난 미술관은 콘크리트 물성을 그대로 드러낸 채 넓고 얕은 바다(반사연못)에 떠있다. 바다에 떠있는 섬, 제주도. 바로 그 풍경이 눈앞에 나타나있다. 미술관은 스스로를 치장하거나 현란한 매스로 뽐내지 않는다. 단순한 형태에 단순한 외벽은 처음부터 바다위에 떠있을걸 알았다는 듯 차분해 보인다.
미술관 내부로 들어서면 또 다른 제주여행이 다시 시작된다. 중정(건물 내부에 있는 건물 사이의 마당)이다. 이 중정은 자연갤러리 또는 자연정원이라고 불린다고 한다. 한라산의 어느 한 곳을 그대로 가져온 듯하다. 미술관 내부를 조용히 걷다 보면 그곳 에는 산이 있고, 하늘이 있고, 바람이 있다. 도심에서 힐링하듯 마주한 한 뼘의 중정에 비하면 이곳의 자연갤러리는 그대로 한라산이다. 바람의 향을 맡을 수 있다.
2층 전시관으로 오르는 길의 계단 손스침은 내벽에 매립되어 있다. 계단을 따라 사선으로 꺾인 손스침은 현무암(제주 돌)에 묻혀 한라산으로 오르는 길을 보여준다. 그렇게 2층을 돌아 내려가는 길에서 한 번 더 놀라운 풍경과 마주한다. 일직선으로 연결된 신비한 느낌이 들게 하는 쭉 뻗은 계단과 높은 투명한 유리 천장으로 보이는 하늘! 계단을 내려갈 때의 기분은 한라산을 하산할 때의 느낌이 들기도 한다. 올려다본 천장의 하늘은 그대로 이곳이 단순한 미술관이 아니라 제주만이 가지고 있는 고유한 모습을 보여준다.
공항 시간에 맞춰 서둘러 내려온 미술관의 시간, 제주에서의 시간이 못내 아쉬웠다. 미술관은 서향으로 앉혀있다. 물 위에 떠있는 미술관에 곧 석양이 비칠 모습을 상상하니 상상만으로도 제주의 가장 아름다운 모습을 보는 듯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