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과 시(詩)가 일치하는 단 한 명의 시인이 있다면 그는 윤동주(尹東柱·1917~1945)다. 27년을 살다가 일본의 형무소에서 생을 마감한 조선의 청년 시인. 그의 독립운동은 부드러운 서정으로 쓰였으나 단호하고 깊은 울림이 있다. 1917년 태어나 1945년, 대한 독립을 보지 못하고 세상을 떠난 그의 생애를 위해 문학관(종로구 누산동)이 세워졌다.
건축이 다른 예술과 다른 점은 필연적으로 ‘파괴’를 통해 창조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윤동주 문학관은 세월의 흔적을 통해 그를 기리고 있다. 문학관이 자리 잡은 곳은 1979년에 용도 폐기된 청운수도가압장이다. 낡고 물때에 찌든 물탱크는 건축가의 손을 통해 다시 생명을 얻었다. 세월의 흔적을 고스란히 간직한 물탱크는 시인의 '하늘과 바람과 별'이 투영된 우물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건축가 이소진의 작품이다.
문학관은 219㎡(30평 아파트 2개 규모) 면적에 3개의 전시실로 구성돼 있다. 시인의 시와 짧은 인생을 보여주는 제1전시실을 지나면 하늘이 열린 작은 공간이 나온다. 이곳은 시인의 유고 시집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그대로다. 노트가 아니라 공간에 쓰인 시집이다. 새롭게 디자인된 여백이 아니다. 어쩌면 오래도록 시인의 시집을 위해 이곳에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고개를 들면 짧았던 그의 생애가 작은 하늘에서 쏟아져 내릴 것만 같다.
물탱크였던 제3전시실로 들어가 철문을 닫으면 어두운 빈 공간에서 시인의 모습이 영사되고 있다. 철문이 ‘쿵’ 닫히는 육중한 소리에 이미 마음은 일본의 형무소에 들어선 느낌이다. 내레이션 목소리가 들리는 건 어둠에 익숙해진 다음이다. 세월의 흔적을 간직한 콘크리트 벽면을 통한 그의 울림에 가슴이 먹먹해진다.
콘크리트 벽면에 손바닥을 댄 채 울림에 귀를 기울였다. 차가운 벽을 타고 시인의 맑고 깨끗한 음성이 들려왔다.
'우물 속에는 달이 밝고 구름이 흐르고 하늘이 펼치고
파아란 바람이 불고 가을이 있고
추억처럼 사나이가 있습니다.' (자화상 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