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만은 건축주

자연을 담은 공간 뮤지엄 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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댄비건축학교
건축가가 만든 또 하나의 자연 'Museum SAN'
능선을 따라 숲길을 걷는다. 잔잔한 냇가를 건너면 소나무의 초록이 눈앞이다. 발끝까지 내려온 9월의 하늘은 그래서 더 아름답다.
원주에 자리한 미술관 '뮤지엄 산'은 낮은 산 하나를 오르듯 우리를 에게 자연의 풍경 전체로 다가온다. 2005년 일본 건축가 안도 다다오가 ‘도시의 번잡함으로부터 벗어난 아름다운 산과 자연으로 둘러 싸인 아늑함’이라는 콘셉트로 디자인했다.
뮤지엄 산의 '산(SAN)은 'Space, Art, Nature'의 머리글자를 따서 작명했다. 능선을 따라 자연스럽게 배치된 미술관은 이름 그대로 공간과 예술과 자연, 이 세 가지 요소가 어우러진 작품이다. 미술관은 플라워 가든과 주전시장인 워터가든, 스톤가든을 지나 제임스터렐관으로 구성되어 있다.
웰컴센타를 지나면 플라워가든의 한가운데를 가로지르는 진입로를 마주한다. 주변의 나무들이 런웨이를 해도 이상할 것 같지 않다. 잔잔한 연못 위에 떠있는 워터가든 미술관은 그 안에 무언가 신비롭고 비밀스러운 이야기가 있을 것만 같다.
미술관의 외벽은 노란빛이 도는 돌과 회색의 노출 콘크리트로 마감되어 있다. 외벽의 마감은 내부로도 이어져 외부의 자연을 끌어당기는 효과를 준다. 게다가 두 마감재가 만나는 사이 공간마저도 길고 가느다란 창으로 연결되어 있다. 이는 안과 밖의 경계가 사라지고 미술관이 자연의 일부가 되는 순간인 것이다.
미술관의 동선을 따라 걷다 보면 '삼각코트(Triangle Court)'라고 불리는 작은 중정에 들어서게 된다. 건축가에 의해 기획된 ‘무(無)의 공간이자, 사람(人)을 상징하며, ’ㅁ‘의 대지와 ’‘ㅇ’의 하늘을 연결해 주는 공간이다. 다소 거칠게 깔린 돌바닥에 앉아 하늘을 마주하면, 사람들이 밟는 돌 소리마다 서로 다른 의미와 사연을 던져주는 듯하다.
지난 추석에 어머니를 모시고 건축 투어를 다녀왔다. 삼각코트에서 선 어머니의 하늘.
스케치한 곳은 스톤가든에서 바라본 미술관의 뒷모습이다. 소나무와 미술관, 하늘 아래에 서게 되니  문득 드는 생각이 있다. 미술관을 걷는 동안 우리가 자연을 감상한 것이 아니라 사실은 소나무 한 그루가, 하늘 한 조각이, 미술관의 창문이 우리를 감상하고 있었던 것이 아니었을까.
뮤지엄 산은 미술관이 아니라 건축가가 만든 또 다른 자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