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만은 건축주

강화도 해든 뮤지엄

날짜
2024/10/12
댄비건축학교
자연의 품에 안긴 강화도 해든 뮤지엄 산책
감상이어도 좋고 휴식이어도 좋고 아무것도 하지 않는 목적이어도 좋다. 미술관을 찾아가는 길에는 언제나 작은 설렘이 함께 한다.
강화의 초지대교를 건너기 전에 바다가 먼저 보인다. 짙은 갈색의 개펄을 품은 바다는 동해의 바다와는 또 다르게 찰랑거리며, 패인 개펄의 자국은 모든 사람의 모든 사연만큼 해변을 덮고 있다. 해든뮤지움으로 가는 길은 그렇게 바다의 안내를 받는다.
강화도 길상산의 맨 끄트머리에 자리 잡은 미술관은 우리가 아는 여느 미술관과 사뭇 다르다. 카메라 한 컷에 담을 만한 건물이 보이지 않는다. 입구에 다다르면 지하로 길게 뻗어있는 일직선의 경사로를 만난다. 경사로의 좌우벽면은 ‘지상에서는 보지 못했던 새로운 세상’을 만날 것이라는 듯 잠시 관람객의 일상을 산뜻하게 잘라낸다.
자연을 그대로 두었다기보다는 자연의 품에 그대로 스며든 미술관이다. 2013년, 미술관을 설계한 배대용 건축가는 "미술관의 속성을 유지하면서, 자연파괴 없이 주변 환경에 순응하는 건물설계에 중점을 두었다"라고 말한다.
관람 동선을 따라 걷다 보면 어느새 한껏 넓은 통창으로 쏟아져 들어오는 중정의 햇살을 마주하게 된다. 해든뮤지움의 '해든'이 '해가 들다'의 순우리말이라는 것을 실감하게 되는 순간이다. 자연의 품에 깊이 묻혀 숲의 경관까지 끌어안고 있는 미술관에 숨통을 틔운다.
중정으로 걸어 나가면 그곳엔 파란 하늘과 함께 개펄에서 실려온 바람이 가득하다. 스케치한 장면은 관람동선을 따라 올라온 1층의 '미러가든'이다. 건물의 벽면 전체를 거울로 마감했다. 주변의 자연풍광이 그대로 벽면에 비친다. 또 하나의 자연이 눈앞에 펼쳐진다. 그 앞에 서있는 나 자신도 자연풍경 속의 작은 소품이 되어있다.
해든뮤지움은 가장 아름다운 지하의 건물이다. 나만의 보석이 있다면 그곳에 숨기고 싶다. 그 보석이 젊은 날의 추억이든 지금의 한 순간이든 햇볕 쏟아지는 뮤지움의 한켠에 가만히 세워두고 싶다. 지치고 힘든 일상의 어느 날 숨겨둔 보석을 만나러 다시 찾아오고 싶다. 바다의 안내를 받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