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만은 건축주

김중업 건축박물관

날짜
2025/04/19
활동
댄비건축학교
김중업건축박물관
작성자
이름을 입력해 주세요.
[방문 전 올라온 댄비의 편지]
파리에 보내는 편지 중업 형에게
.. 평소에 우리들이 존경하던 코르뷔제의 공방에서 일을 하게 됐으니 얼마나 다행한 일이겠소. 기왕에도 형과 늘 얘기했지만 코르뷔제의 건축이나 정원에다 우리 이조자기를 놓고 보면 얼마나 어울리겠소. 코르뷔제의 예술이 새롭듯이 이조자기 역시 아직도 새롭거든. 우리의 고전에 속하는 공예가 아직도 현대미술의 전위에 설 수 있다는 것, 이것은 크나큰 사실입니다. ..
엊그제는 우연한 기회에 베르브의 마티스 작품집을 보지 않았겠소. 참 좋습디다. 눈이 번쩍 뜨이더군요. 80이 지난 그런 늙은이의 작품이 왜 그리 젊소. 마구 갈기고 짓이기고 했는데 어쩌면 그리 대담하고 하이칼라 할 수가 있겠소. 모처럼 좋은 화집을 보고 흥분도 했고 공부도 되었소. 형은 이러한 작품들을 원화原畫로 볼 수가 있으니 얼마나 행복하겠소. ..
1953년 5월 6일 밤
김환기 화가 김중업 건축가 르 코르뷔지에 앙리 마티스
[우영이형의 답장]
이런 반가운 스포라니요 ^^
이번주 건축학교는 [김중업 건축박물관]입니다. 르꼬르비지에에게 3년간 수업한 건축 어휘가 고스란히 담긴 건물입니다. 70년전 바다 건너 프랑스 어느 현장에서도 청춘들의 토론이 밤새 이어졌겠죠.
주말 아침, 김중업 선생의 말이 봄날의 하루를 채워드리지 않을까요? 김환기 화가의 애뜻함이 있을지도요. " 건축가는 죽는날 까지 연륜을 쌓듯 벽돌을 한장 한장 쌓으며 자신의 자화상을 세워가는 겁니다"
그의 목소리를 들으러 갑니다 ^^
그리고 4월 19일, 벚꽃이 아직 흩날리는 봄, 우리는 김중업 건축가가 60년대 지은 공장을, 박물관이 된 공간을 만나러 갔습니다
[댄비의 사진들]
[아녜스의 후기]
그냥 이 일기를 나는 오늘의 결정적인 한 장면으로 정했다. 한국이 6.25 전쟁을 겪고 있을 때 프랑스로 유학(?)을 간 그는 얼마나 부유하고 풍족한 환경 속에서 공부했을까, 생각했는데 어쩌면 그 환경은 자신이 만들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뒤늦게 들었다. 삶의 지도는 매순간 나의 선택이 만드니까. “꿈이 있고 시가 있고 사람들이 옹기종기 정다웁게 모여살고 싶은 공간.” 이런 마음을 가진 사람이었구나. 그래서 아, 비추어보면 (초기 작품이지만) 공장도 그런 마음을 담을 수 있구나, 이해가 되었다.
아마 건축학교의 안내를 따라오지 않았다면 이 평범하고 보잘것없어보이는 낮고 작은 건물을 나는 아마 지나쳤을 것이다. 그런데 벽에 하나씩 매달려 있는 계단 한줄, 갈비뼈가 밖으로 나와있는 구조체의 기둥, 내부 공간보다 더 거대한 옥상정원, 모든 곳이 사랑스러웠다.
하나씩 하나씩 홀씨가 되어 프랑스로부터 여기와서 떨어졌다니. 나는 건축은 모르지만 르꼬르뷔지에의 건축물을 많이 보았다. 그때 건축학교를 알았더라면! 어땠을까. 언젠가 건축학교에서 좀 더 멀리 공간을 탐험하고 느끼러 갈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시간의 기록을 담은 오늘 김중업 건축박물관은 역시 한 사람이 한 사람에게 전한 메시지의 기록, 경험의 기록, 그래서 사람의 기록이었다. 그리고 그 기록은 김중업이라는 사람의 시선과 매개체를 통해, 그리고 그 공간을 느끼는 우리를 통해, 여전히 현재진행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