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oto by 블루비
시즌 2를 시작하기 전, 3월 2일 특별한 건축학교를 위해 뮤지엄산에 모두 모였습니다. 참여했던 꿀친들의 기록을 공유합니다 
우영이형
지난 2023년 뮤지엄산 개관 10주년을 맞아 건축가 안도다다오의 기념전이 열렸습니다. 전시의 제목은 [청춘]. 사람들은 그에게 왜 하필 '청춘'인지, 당신에게 건축이란 무엇인지 물었습니다. 올해로 그의 나이 83살.
"건축은 지금도 투쟁입니다. 긴장을 끝까지 유지하기 위해 싸우는 투쟁이죠"
"청춘이요? 지금이 청춘입니다. 여전히 스케치를 하고 이렇게 여러분과 건축이야기를 나누고 있습니다. 저의 작업은 현재진행형 '청춘'입니다"
여러분은 어제 미술관이 아니라 10년전 일흔의 건축가가 설계한 자연속을 걸었습니다. 빛의 안내를 받았습니다. 물에 반사되는 건축가의 진심을 보기도 했죠. 삼각코트의 하늘로 인해 콘크리트가 혹시 부드러운 물성이었나 싶기도 했습니다.
여러분은 어떠셨나요? 마음에 담은 수많은 장면들 중 단 하나의 장면을 골라보시길 바랍니다. 장면을 선택하듯 단어를 선택해서 메모해 보시길 바랍니다. 공간이 비로소 누군가의 마음을 다독이게 됩니다.
자연스
뮤지엄 ‘산’ 은 왜 ’산‘일까요?
산에 있어서?
그렇지만은 않다
space art nature가 있는 곳이라고 한다
Photo by 소나무
빛의 공간에서 부터 그랬다 창문이 없는 공간은 하늘로 뚫려 있었다 무려 대신 죄를 짊어지려했던 그 사랑의 징표의 모습으로 하늘과 연결된 그 공간이었다. 꾸미지 않은 간결한 공간으로 흐린하늘 임에도 존재감이 넘치게 스며드는 빛을 보자니 안도 타다오가 말하고 싶은 사랑은 그런 모습인가보다. 공간의 모습을 만들고 자연의 힘을 보태고 나니 그의 목소리가 내게 닿았다. 나의 마음을 공간으로 표현하면 어떤 모습일까 궁금해졌다.
흰자작나무가 보이는 길을 따라 걷다보니 벽이 막아서고 있었다 그 벽은 잔잔히 흐르는 물은 드나들 수 있도록 작지 않은 공간을 열어 두었지만 나의 시선이 그 너머에 들어가는 것은 철저히 막아서고 있었다. 벽을 따라 걷다가 열린 공간으로 들어선 순간 멀리 뮤지엄이 물위에 떠 있는 듯 신비롭게 보이고 넓지 않은 길이 쭈욱 연결되어 나있고 그 길과 내가 서 있는 곳이 만나는 곳에는 따뜻하고 가볍고 우아하며 커다란 조형물이 마중나온듯 반갑게 서있었다.
안도타다오는 양떼를 모는 목동처럼 걷는 사람들의 시선을 능수능란하게 조절하고 싶었나보다. 건물 안에는 복도가 길게 이어져 있고 따라가다 보면 창문을 통해 접하는 물의 높이가 변화했다. 멀리 산길을 거니다 온 듯 단순하지만 지루하지 않은 길들이 이어졌다 안내해주는 우영이형이 없었다면 한 눈에 알아볼 수 없는 건물의 구조에 압도되어 길을 잃을 것 같은 느낌마저 들었다. 내가 조금 더 여유있게 시간을 대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창 밖너머로 보이는 겨울 산의 선들, 환하게 밝아지기도 하고 높은 곳에 난 긴 창문에만 의지한 어두운 복도도 지났다 그렇다 이게 자연스럽다. 어찌 밝고 즐거운 시간만 있으랴 우린 모두 어둡고 앞을 알 수 없는 시간도 살아가지 않는가? 복도를 걷는 데 시간이 흐르는 느낌도 들었다
내 시선을 이리 저리 이끌었지만 강제적이라는 느낌보다 함께 걸으며 안내하는 느낌이 들었다
제임스터헬관도 기억에 오래 남을 것 같다. 늘 익숙한 환경이 아니라 내가 보고 인식하는 상태가 착각일 수 있다는 것을 체험하게 해주었다. 내가 보고 추측하는 것이 절대적인 아님을 느낀 순간 오히려 무한히 확장되는 느낌이 드는 이상한 경험이었다. 이 곳에서도 터렐의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내 오만함과 무뎌진 감각에 대해 말해주었다. 시고 달콤한 레모에이드를 마시고 상큼해진 듯한 기분이 들었다. 역시 댄비건축학교에 따라가길 잘했다. 꽃도 피지 않고 흐린 하늘이었지만 일상을 벗어나 새롭고 가볍게 봄산책하고 온 기분이다. 모두들 다른 계절에 또 와보고 싶다는 이야기를 했다.
지니
어색하기 짝이 없지만 ‘단 한 줄’이어도 괜찮다고 하니 수줍은 리뷰 남겨보아요.
나에게 건축물은 목적을 가지고 방문하는 장소였다면
건축학교 1기를 수료(?)한 지금은 건축가의 의도를 생각해보는 계기가 된것 같아요.
건축학교 2기에서 만나게 될 건축물들을 설레면서 기대하고 있는 1인 입니다~
Photo by 아녜스
뮤지엄 산을 생각나게 하는 두 단어 연결, 극도의 숨참기.
연결
두 건물의 연결, 창을 통한 내부와 외부의 연결, 물에 비친 건축물과 자연의 연결, 10년 전 일흔이었던 안도다다오 열정과의 연결, 우영이형의 건축 이야기로 마음속 공간이 생겨버린 사람들과의 연결…
Photo by 소나무
극도의 숨참기
어릴 때 했던 숨 참기 놀이는 끝까지 참다 마지막에 큰 숨을 내쉬게 된다.
이때에 쉬는 숨은 매번 쉬어지는 숨과는 차원이 다른 감동이 있는 것처럼…
우영이 형은 두 벽 사이 뒤에는 다른 공간이 있다고 스포하면서 기대 이상을 만나게 될 것이라 했다.
살얼음이 덮인 물과 풍광으로 시선을 주며 아무 생각 없이 걷다 생각지 못한 공간이 나타났다. 끝까지 숨기다 짠~ 하고 나타나는 공간은 우영이 형의 말처럼 스포를 뛰어넘는 기대 이상의 감동이 있었다.
Photo by 밀키웨이
아녜스
하나의 사진을 고르려고 여러번 들여다보며 벌써 하루가 훨씬 지난 기억을 떠올려보자니,
놀랍게도 제게 남은 가장 인상적인 장면은, 삼각코트에 들어가서 자리를 잡자마자 각자 뭔가를 발견한 듯한 재미난 미소로 서로를 찍어주던 그 모습이었습니다.
그 안에 우리가 저마다의 모습으로 위치하고 하늘을, 그러한 서로를 바라보게 되던 그 순간이, 그대로 공간을 완성해주었다는 생각이 들어요. 아무리 되돌려도 잊을 수 없는 장면입니다.
또 하나 나누고 싶은 것은 제가 길을 걷는 내내, 박물관 안에서도, 밖에서도 건축가가 ‘정성스럽게’ 마련해 놓은 시선의 길을 따라 끊임없이 연결되는 자연으로 내 몸이 향해 있었다는 것입니다.
건물의 내부와 외부의 경계가 없이, 안쪽도 바깥쪽도 서로를 위해 존재하는 공간의 연결, 끊임없이 발견되어지던 자연스러운 풍경과 그 속의 우리가 뮤지엄산의 모든 공간을 만들고 있구나 생각했습니다.
우영이형이 건축가의 ‘정성스러움’을 얘기했을 때, 어쩌면 우뚝서고 멋지기 위한 건축이 아니라, 그 모든 발길과 시선을 하나 하나 보듬으려고 했던 건축가의 마음이 그대로 전해졌어요.
모든 것이 하나의 하모니 같았던, 오직 건축학교에서만 느낄 수 있었던 발견이자 체험이었습니다. 우영이형, 그리고 함께 한 모든 분들 참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