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만은 건축주

윤동주 문학관

날짜
2024/12/07 10:00
활동
댄비건축학교
작성자
아녜스의 기록 ”추운 날이었다. 오후 3시에는 탄핵을 위해 모두 여의도 국회에 모일 것이고 같은 시간 광화문에는 태극기부대가 집회를 열릴 예정이었다. 자연스네 집으로 가는 것은 미뤄졌지만 모두가 이 어려운 날 아침에 함께 모일 수 있고 무엇보다 이런 날 윤동주 문학관이 건축학교 일정으로 잡힌 것도 신기하고 감사했다.
지하철, 버스를 갈아타고라도 대중교통을 이용해야 할까, 아니지, 경복궁역에 사람이 너무 붐빌테니 차를 가져가자, 생각보다 한산한 길을 지나, 아무도 없는 청와대를 지나 약속장소에 도착했다. 여기서부터 걸어야할 이유가 있다고 하던 우영이형의 얘기가 무슨 말인지 걸으면서 들었다. 2주전 함께 찾았던 낙산성곽길이 여기까지 이어져 그 연장선에서 우리는 다시 걸었다. 새로 발견한 서울은 참 아름다웠다. 빼곡한 기와지붕과 시려운 하늘이 만드는 풍경이 애를 쓰며 살아가는 힘든 세상, 함께 하는 사람들의 얼굴과 웃음속에 참 고요하고도 아름다웠다.
걸어서 도착한 윤동주 문학관은 정말 놀라운 반전이었다. 무슨 관광지의 안내소나 매표소라고 하면 딱 맞을 것 같은 그런 외관과 규모였다. 안에 들어가서도 기록물이 있기는 했지만 특별하지 않았다. 그런데 여기를 우영이형은 시간이 날 때마다 여러번 와서 매번 쿵 깊은 감동을 느끼고 간다니, 무슨 말인가. 15분 후에 상영될 윤동주의 생애를 만나러 가기전에 그는 설명해주었다. 이제 이 철문을 열고 들어가면 두개의 물탱크를 만나게 되는데, 하나는 뚜껑을 열어서 하늘로 열려있고, 하나는 그대로 뚜껑이 닫힌 지하공간, 거기서 상영이 있을 거라고 했다.
지하공간에서 윤동주의 어린 생애를, 그 짧은 시간동안 남기고간 많은 것들에 대해 보고 듣고 느끼며 모두 먹먹해졌다. 시인의 시와 생애를 듣는 그 공간이 정말 그의 시와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많은 시간을 지나, 온전히 우리에게 전해진 그것은, 너무 순결해서 아픈 그의 진심과 사랑이었을까.
인간이 서로를 지배하기 위해 무엇을 했는지, 그 잔인한 역사가 시대마다 다른 방법으로, 그때도 지금도 강요되고 감춰지고 모른척하며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는 사실이 놀랍고도 놀랍지 않다. 건축학교에 뒤늦게 합류했는데 이 모든 마음을,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는 것들을, 깊은 여운을, 함께 나눌 수 있는 사람들과 함께여서 참 좋았다. 이렇게 시즌 1이 마무리 되었구나. 함께 하길 잘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