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스의 기록
“이번 건축학교 여정은 낙산 공원에서 시작하여 동숭동 아르코 미술관에 이르는 길을 걸었습니다
하늘과 맞닿아
개발되지 않고 시간이 멈춘 것 같처럼 아기자기하게 남아있는
이화마을의 몇 곳이 마음에 남았습니다
무너져가는 집이지만 부지런히 가꾸었을 꽃들로 둘러싸인 집
나이든 할머니들이 서로 도와 김장을 하는 모습
그 모습만으로도 삶은 빛나고 있었습니다
대학로까지 내려와
아르코 미술관에
들어가면서
핸드폰이 없던 시절,
착각한 약속시간 때문에 만난지 못했던 사람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예나 지금이나 대학로 주변은 낭만적인 일들이 가득했던 장소였던 거죠
그런데 저는 그 이야기를 들으며 우리는 4차원에 살고 있다는 각성을 했습니다.
3차원에서 같은 좌표에 위치하더라도 시간까지 일치하지 않으면 만날 수 없느거죠
가로,세로,높이에 시간까지 고려하는 4차원 좌표가 일치해야 만날 수 있다는 거죠.
시공간이 계속될 것 같지만 사실 매 순간 다른 시공간인거죠
그럼에도 추억하는 우리의 능력만이
시간을 거스를 수 있다는 걸 느끼며 미술관 2층으로 올라 갔습니다.
그곳은 우영이형이 이번 건축여정의 마지막으로 선택할 만큼 건축의 마법이 지배하는 공간이었습니다
높이 변화로 인해 시각이 바뀌니 익숙한 마로니에 공원이 전혀 다른 느낌의 공간으로 보였어요
인간은 공간을 만들어낼 수 있는 존재이지만
동시에 감각을 통해 공간의 영향을 받는 존재인거죠
아름다운 공간이
삶에 영향을 준다는 것을
이해하는 사람들이 주변에 많아지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정겨운 사람들과 푸짐하게 먹은 한 상은 이 여정에 더할나위 없는 마침표가 되었습니다
빠요 덕분에 모두 넉넉하게 웃는 얼굴로 헤어졌지요
우영이형과 빠요 그리고 함께한 모든 이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