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니의 기록
”건축가 우영이 형의 시선이 담긴 공간을 만나면서 마음이 활짝 열린 우리 셋은 (아들, 처음 만난 아들 친구, 나) 무려 2시간 동안 이야기를 나눴어요.
기존의 관계가 아닌
건축학교 꿀팅을 마친 지니, 존윅, 하진으로요. 차에서 시작된 이야기는 끝내기가 아쉬워 장소를 옮겨 이어졌고 평소보다 깊게 현재의 고민과 속내를 솔직하고 담백하게~
공간의 힘을 너무 늦게 알게 되어 아쉬운 1인과 일찍 알아차린 기특한 2인의 후기입니다.”
자연스의 기록
"당신의 결정적 장면은 어디였을까요?"
저도 모르게 지금 껏 그 질문에 답하려고 했나봐요
갑자기 오늘 아침
수양버들 나무가지에 달려 있던 풍경이 떠올랐어요
바람이 부는 날
수양버들 가지가 살랑거리고
그런 어느 날 거기에 제가 있는 것 같았어요”
(c) 그림 by 댄비 www.dancewithbees.com
아녜스의 기록
”저도 수양버들같은 유일하고 멋진 결정적 장면 떠올려 보았지만 ㅎㅎ 실패 ㅎㅎ
1.
저는 우선 시간의 정원이었어요. 그걸 설명하는 우영이형이 얼마나 애정을 가지고 그 공간을 경험했을지가 전해지면서 참 특별하고 소중하게 물리학인지 음표인지 모를 그 시간과 하나가 되었던 기억.
2.
두번째는 잃어버린 정원을 걷는 우리들이었어요. 각자의 시선으로 그 거대한 기둥 수풀을 올려다보고 자갈을 밟아보고 우영이형의 시선을 따라 어쩌면 처음으로 공간을 경험하는 모습이 참 아름다웠습니다.”
우영이형의 질문
”선유도공원의 '시간'
이제 여러분께 한번 묻고 싶습니다.
30년전 선유정수장의 물길을 따라 '시간'을 걷고 난 후
"당신의 결정적 장면은 어디였을까요?"
저는 녹색기둥의 정원, 그곳의 자갈입니다.
경사로를 따라 3미터 아래로 내려가서 만나게 된 정원,
모두들 바로 눈앞의 녹색기둥까지 걸어가면서
발밑의 자갈을 밟았겠지요,
그 바닥이 목재데크이거나 잔디이거나 그 어떤 평평함이었다면
어땠을까요.
콘크리트 기둥을 덮은 사철덩쿨나무 까지 가는길이
설마 조심스러웠을까 생각해봅니다.
'시간'을 눈으로 보기 전에 우리는 자갈을 밟는 소리로,
돌들이 부딪히며 내는 소리로
지나가고 사라진 '시간'을
먼저 만나게 되었습니다.
고정희 시인의 시 한편으로 선유도공원의 초대글을
대신하면서 마지막 연의
'나도 너로부터 사라지는 날
네 발아래로 쟁쟁쟁 흘러가는 시냇물 같은
고요한 여백으로 남고 싶다'... 는 말은
선유도공원의 사라진 '시간'을 무척이나 닮았더군요
선유도의 '시간'을 걷고 난 후
여러분의 '결정적 장면'은 무엇이었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