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학교를 마치며 우영이형의 편지
지난여름, 서소문성지의 지하광장에서 올려다 본 파란 하늘이 여전히 생생합니다. 건축학교를 시작하며 밀려든 ‘긴장’은 뜬금없기까지 했습니다. 공간에 대한 이야기를 처음 하는 것도 아니고 새롭게 뭘 준비해야할 것도 없었는데 말이죠.
아마 꿀친들(제게는 여전히 어색합니다만)의 맑은 모습을 익히 알고 있었던 덕분일 겁니다.
이거 괜한 일을 벌인 게 아닐까. 건축과 공간에 대한 나의 이야기가 이들에게 어떤 모습으로 다가갈까. 맑은 모습의 기억이 아니었다면, 그런 긴장과 걱정도 없었을 테지요.
그렇게 시작한 건축학교는 내게 생각지도 못한 일들을 보여주었습니다. 토요일 아침 10시가 기다려지기 시작했죠. ‘설렘’이 함께 오다니요.
댄비 건축학교에서 가기로 한 장소에는 미리 한번 다시 가봤습니다. 처음 가는 것도 아니고 심지어 쓰고 그리기 까지 했으니 새삼스러울 것도 없는 장소입니다.
그 준비의 시간에서 놀라운 경험을 하게 되었습니다. 공간이 새롭게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무슨 일일까.
공간에 대한 칼럼을 쓸 때는 그 대상이 익명의 모두였죠. 방송 역시 마찬가집니다. 건축주를 포함해서 누군가에게 공간을 설명할 때는 그 누군가에게 맞춰진 이야기였죠. 이번엔 모든 게 처음이었습니다. 특히 맑은 얼굴로 기억된 사람들에게 하는 건축이야기는 더더욱 처음 이었습니다.
고백하건데 선유도 공원, 시간의 정원에서 들렸던 물소리도 그렇고 남양성모성지 기계실 옥상의 풍경도 실은 건축학교를 시작하면서 새롭게 발견한 이야기였습니다. 몇 번을 가 봤는데 그동안은 왜 그 이야기가 보이지 않았는지 모를 일입니다.
제가 알아차린 것은 관계의 이야기입니다.
건축의 공간은 언제나 누군가의 경험 속에서 태어납니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 있는 공간은 그 둘 사이를 연결해주는 언어입니다. 대화를 나누고 손을 잡고 어깨를 다독거리듯이 건축의 공간은 그렇게 사람과 사람 사이를 연결하죠.
내가 아는 이 특별한 공간을, 마주선 누군가에게 보여준다는 것. 그것만큼 특별한 일이 또 있을까요.
제가 알아차린 관계의 이야기는 바로 마주선 사람들의 이야기 입니다. 맑은 얼굴의 누군가에게 무슨 이야기를 들려줘야 할까. 인터넷에 나오는 공간이야기 말고 나만이 느끼고 경험한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다.
공간이 새롭게 보이기 시작한건 그 덕분일 겁니다.
윤동주 문학관을 계절마다 가봤지만 지난 건축학교에서 그 계단과 언덕을 따라서 올라가 본 것은 처음이었습니다. 위에서 내려다본 우물도, 공용화장실의 천정도 모두 처음 새롭게 보게 된 것이지요.
이번 건축학교는 ‘긴장’으로 시작해서 ‘설렘’과 ‘발견’을 지나 결국은 내게 기대하지 않은 놀라움을 안겨 주었습니다
이제 ‘성장’을 말해야 겠군요
처음 건축학교를 시작할 때 초대의 글을 쓰면서 생각했습니다. ‘여러분들이 만나는 모든 공간이 특별해지기를 바랍니다. 모두의 발끝에서 완성되는 공간 이야기를 들을 수 있기를 바랍니다’
건축학교를 마치며 그 모든 초대의 글이 결국은 내게 쓴 글이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번 건축학교에서 나는 어떤 성장을 했을까. 설마 건축의 지식을 통해 그런 결과를 얻었을까요. 사람과 사람 사이의 공간을 통해, 그 공간 이야기를 들려주며 조금 색다른 모습으로 그렇게 ‘성장’했습니다. 건축학교는 내게 그런 새로움이었습니다. 새로움을 안겨 준 맑은 얼굴의 꿀친들께 감사를 전합니다.
여러분께도 지난 건축학교가 그런 공간 이야기였기를 바랍니다.
자연스의 후기
“두 가지가 기억에 남네요. "건축의 공간은 언제나 누군가의 경험 속에서 태어납니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 있는 공간은 그 둘 사이를 연결해주는 언어입니다. 대화를 나누고 손을 잡고 어깨를 다독거리듯이 건축의 공간은 그렇게 사람과 사람 사이를 연결하죠. 내가 아는 이 특별한 공간을, 마주선 누군가에게 보여준다는 것. 그것만큼 특별한 일이 또 있을까요."
이 표현에선
공간에 대해
오래동안 느끼고
그 감동을
전달하려했던
우영이형이라서
가능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리고 누군가에게 좀 더
전달하려 하다보니
좀 더 새로운 발견을 하게되었다는 성장의 이야기는
저도 댄비학교 자연수클럽을 통해
느꼈거든요.
완전 공감
그렇게 특별한 공간들을 함께 경험하는 분들의 모습을 지켜보는 것도 좋았습니다.”